4000원이라고 긴가민가해서 들어갔던 찜질방에서 예상외로 너무나 잘 쉬었다.(E마트 앞이다) 찜질방에서 피로를 쫙 풀고 밖으로 나와보니 날씨가 제법 맑다. 오늘은 순천에 있는 사찰 선암사와 송광사 두곳을 들릴셈이다. 순천에는 이외에도 낙안읍성이라는 중요한 관광지가 있지만 이곳까지 들리게 되면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너무 멀리 있기도 하고 버스 배차가 거의 없다. 자가용이 없다면 들르기 힘든 곳이다.

오전중에 이 사찰 두곳을 다 들리고 나서 오늘 안으로 목포에 도착해야 하는 스케쥴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였고, 다행이 동선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 찜질방 앞이 거의 모든 차의 시발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선암사로 가는 버스를 손쉽게 탈 수 있었다.

선암사행이라고 적혀진 버스를 타면 굽이굽이 순천시내를 빠져나와 순천댐을 지나 멋진 풍경을 벗삼아 있는 선암사에 1시간 20분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를 타면 중간에 있는 승주읍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선암사, 왼쪽으로 가면 송광사다. 선암사로 가는 길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예전에 중국 대리고성으로 가는 길처럼 예쁜 산세와 아름다운 물길이 햇빛에 비춰져 빛나는걸 보면 정말 잘 왔다 생각했었는데 그 비경과 맞먹는 곳이 이곳이었다. 선암사에 도착하니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안개가 덜 걷혔는데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정말 새로운 세계로 빨려가는 그런 기분이다.

너무 이른 탓일까? 선암사에는 아직 인적이 드물다.
심지어 9시 이전이라 그런지 매표소에도 사람이 없어 어쩌다 무료로 입장하게 되었다. 안개 사이로 물이 졸졸졸 흐르고 햇빛이 나무 사이사이로 비추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완전히 무릉도원이다. 승선교를 지나 상쾌한 바람에 숨을 쭉 들이켰다가 내쉬어 보고 자연이 내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고 대나무 스치는 소리에 안정감을 느껴본다. 선암사 초입에 들어서니 조그마한 불공소리와 처마 끝에 달린 종소리만 울릴뿐 조용히 울리고 있다. 간간히 스님들이 왔다갔다 하는거 빼고는 거의 인적이 드물다. 조용히 방해되지 않게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한곳에 걸터 앉아 선암사를 내려다 보았다. 아침부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가슴이 트여지는 기분. 언젠가 선암사를 들를 예정이라면 꼭 아침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선암사에서 다시 내려와 하산하다가 산행코스를 보니 이곳 뒤에 있는 산을 넘으면 바로 송광사로 연결이 된다. 봉우리 하나를 두고 사찰이 두 곳이 있는 셈이다. 맘같아서는 산을 넘어가서 송광사로 가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다시 순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송광사로 가기로 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려면 아까 언급했던 승주읍에서 내려 송광사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미리 버스기사 아저씨께 송광사로 간다는걸 일러두면 좋다. 버스를 타고 패밀리마트(삼거리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음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송광사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반대편에서 송광사로 가는 버스 번호가 적혀서 탔는데, 이게 문제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전혀 다른길로 가기 시작했다. 영 다른곳으로 가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새 순천시내로 진입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옆에는 귀가 잘 안들리는 할아버지가 앉았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심심해 하시며 말을 걸으셔서 할아버지와 왜 혼자 여행을 하는지, 위험한데 여행하지 않으면 안되냐는 걱정을 하시길래 걱정 안하셔도 될정도로 씩씩하다는 설득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너무 먼데까지 나와버린 것이다. 어느새 보니 버스는 순천KBS 까지 가게 되었다.

“ 할아버지 진짜 죄송한데 저 여기서 내려야해요”
“ 학생 혼자 이렇게 다니면 정말 클나.”

옥신각신 하다가 더 이상은 안될거 같아 차에서 내렸다. 내리고 보니 할아버지의 걱정을 그대로 부모님이 하고 계신건 아닐지 싶다. 어제 안부 전화를 했는데 다시 전화를 해야하는걸까? 아니야. 분명 씩씩하게 여행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실거야 하며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먼데까지 와서 시간이 틀어졌을 법도 한데 그나마 운이 좋았던건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송광사 행 버스가 오고 있어서 바로 송광사로 향할 수 있었다. 아까 삼거리에서 송광사로 가는지 물어보고 탔으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하며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버스를 타고 송광사 초입에 드니 입구에서 송광사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
 
선암사는 뭔가 아기자기 했다면 송광사의 첫인상은 굉장히 웅장했다. 사찰의 규모가 선암사보다 컸고 굉장히 많은 스님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했다. 송광사 개울에 있는 물레방아에서 물고기를 한참 보다가 선암사 안에 있는 티벳 박물관에 들어가 티벳 불교에서 들어온 유물, 그리고 불교 유물을 보며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가보니 어느정도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 분위기의 차이가 컸다. 선암사 한곳만 갔었더라면 사찰이면 다 그냥 사찰이지 했겠지만 두곳을 다 가보니 사찰의 분위기에 느끼는 것도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송광사는 분명 순천 최고의 사찰이구나 라는 걸 느꼈고 선암사는 자연속에서 시간을 만들어내는 멋지고 신비한 사찰이라는 공식을 머리에 각인했다. 송광사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나오니 11시 20분에 있는 버스시간이 거의 다 되어 열심히 뛰어 간신히 버스타고 떠나는 내내 경내가 잊혀지질 않네..


선암사가 규모가 아담한 우리네 시골같았다면
송광사는 마치 잘 다듬어진 읍내를 나온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오는 내내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창문에 기대로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중간에 여고생들이 굉장히 많이 탔을텐데 입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잤으니 얼마나 불쌍해 보였을까. 아니 더러워 보였으려나? (웃음) 아무튼 다시 순천역으로 돌아와서 전주에 있는 친구에게 “준영아 한번 보자 제대로 가이드 해줄께”라는 말에 신나서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다.


전주가는 기차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가 탄 객차에는 사람이 둘 밖에 없었는데 그 나머지 한명도 내일로 티켓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는 중인거 같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내심 반가워 했을거다. 다리를 쭉 피고 구례를 지나고 어느새 전주에 도착했다.
“준영아아아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목소리 YLC라는 전국경제연합 동아리에서 만난 다이의 목소리다. 다이는 전라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다. 나는 충청지역을 총괄하는 충청지부장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었고 동갑이라서 죽이 잘 맞는 친구이기도 했다. 전주에는 사실 처음 와보는 것이라서 다이에게 가이드를 부탁했다.
 
오후가 거의 지나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팜플렛 몇 개만 챙기고 모든 가이드는 다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태조 이성계가 머물렀던 경기전과 영화 ‘약속’ 으로 유명한 전동성당이 속해있는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돌담과 조약돌길이 깔끔하게 다져진 이곳 하나로도 전주를 말할 수 있다며 그곳에 있는 전통 수공예품점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니 그 오밀조밀함과 정교함에 놀랐다. 전통술박물관과 공예공방촌, 한방 문화센터, 전주향교등 전통적인 문화센터가 많이 들어서 있고 외국인도 많았다. 이곳저곳 공방촌을 다니다보니 금새 배가 고파졌다.


경기전과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전동성당은 보수중이다)

“준영아 내가 맛있는 곳을 하나 알고 있거든? 그쪽으로 가자”칼국수가 맛있다는 집을 찾아 들어가니 만두와 칼국수를 팔고있는 자그마한 음식점이었다. 내오는 칼국수의 양으로니 보통 양이 아니다. 원래 칼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많은 양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칼국수를 실컷 먹고나서 배가 불러 잠시 앉아있다가 돌아다니다가 배가 꺼지면 전주 비빔밥을 먹자 하고 이씨정을 돌아다니며 배를 꺼뜨리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이미 문을 닫으려고 한다. 어떻게 하지 하다가 대충 둘러볼게요 하며 양해를 구하고 급히 쭉 둘러봤다. 그렇게 이씨정을 휘젓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너무 불러서 전주 비빔밥을 먹기는 거의 포기해버렸다.


이맛을 정말 잊을 수 없다. 아직까지도

“다이야 배가 너무 불러서 도저히 비빔밥 못먹겠다”
“아 정말? 아쉽다. 그럼 내가 아는 되게 아기자기한 술집이 있는데 거기 한번 가볼까?”
“그래? 좋지!”

 그냥 간단하게 전통주나 먹자 하고 그 곳에서 아기자기하기로 유명한 전통주점을 가서 호리병에 담겨진 술과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앞으로 뭘 할건지 어떻게 할건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까 시간이 금방 간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이놈의 말은 왜 이렇게 사실적으로 나오는지. 그래도 서로 회포를 풀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그 술집에 있는 모든 공예품이 너무 아기자기해서 다음에 꼭 한번 오고 싶은 곳이었다. 여자친구와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술을 먹으면서 인생을 논하는게 너무 재밌어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것도 왠지 익숙해져간다. 이 모든게 사실은 여행을 통해서 얻게 된 것이다. 그 만큼 많이 생각을 하다보니 다른사람에게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말해줄 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주전부리를 곱씹는 맛. 그 맛을 이곳 전주에서 다시 맛볼 줄이야.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다이양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열정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그녀는 항상 전진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멋질 따름이다. 다이야 파이팅이다!

서서히 날이 저물자 이제 목포로 떠나야 할 때가 되어 터미널로 향했다. 굳이 터미널까지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는데, 택시를 굳이 잡아주고 태워준다. 가는 내내 제주도를 한바퀴 돌고 지리산을 한번 종주할 생각이라고 말해주니 다이도 같이 동행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도 농담삼아 여자친구랑 가서 좋겠네 하신다. 하하. 아무튼 터미널에서 다음에 만날것을 기약하며 다이와 헤어졌다.

“안녕 잘가”
“다음에 또 보자 꼭 지리산에 올 수 있으면 연락해야 하는거다! 오늘 고마웠어!!”

그렇게 창문사이로 또 사람과의 헤어짐을 맞는다.
버스를 타고 익산으로 다시 홀로 떠난다. 열차 시간을 놓쳐서 버스를 선택하고 익산으로 가야만 목포로 가는 시간을 맞출 수가 있다. 익산은 전주에서 약 30분 거리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순천,여수로 가는 기차와 목포로 갈 수 있는 기차 선로 중간에 위치한 주요 환승역이다.

 대합실에서 목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왔다갔다 움직이다가 목포로 가는 기차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개찰구에 뛰어가 열차를 탄다. 목포에 도착하면 거의 깊은 밤이 될 듯 싶다. 여느때와 같이 기차가 오고, 올라타고 다시 잠이 들고 잠이 깨고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른채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에 도착하니 벌써 밤 10시 30분정도다. 일단 보이는 버스를 타고 시내쪽으로 가서 PC방을 가기로 한다. 굳이 찜질방이 아니라 PC방을 가서 밤을 새기로 한 이유는 4GB짜리 메모리가 다 차버려 어딘가 백업을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제주도 하이킹 정보를 찾기위한 목적이 기도 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웹하드에 사진들을 백업하고 제주도 하이킹 정보를 모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정선에서 시작된 내일로 패스는 목포를 끝으로 모두 다 소진. 7일동안 자유롭게 철도를 이용했으니 이제 자전거를 타고 제주를 돌아보자. 그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내일로 패스 정말 고마웠어!!!




날짜

2010. 8. 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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