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수요일입니다! 하하.
"수요일"이 왜?

음. 바로 브롱스 동물원 오늘은 기부입장이 가능한 날이거든.
그래서 난 일찍 준비를 마쳐야 한다. 간만에 동물원 구경이구나아~!

그렇지만 이놈의 귀차니즘 덕분에 정보를 제대로 모으지 못해서 동물원까지 빙 돌아갔다. 버스 타면 바로 브롱스로 갈 수 있거늘(집에서), 7번지하철 타고 맨하탄 갔다가 다시 브롱스로. 도착한 시각은 12시. 날은 또 왜이렇게 더운지,,, 동물들을 과연 다 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쳐 잠들지는 않았을까?


Bronx ZOO로 향하는 길


오늘은 기부입장이 가능한 날!


아 정말 여기서 소심모드 발동.
동물원 앞에서 멈칫 한다. "권장 기부금은 6달러입니다"라는 문구에 아 어떻게 하지 그냥 포기할까 하고 돌아서는 순간 당당한 두 여인네, 한국인으로 보이는 그들은 역시 나의 예상대로 "PAY AS I WISH"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어랏, 쟤네들 1달러 내고 들어가네??

갑자기 불끈 솟은 용기. 나도 최대한 미안하다는 얼굴로 1달러를 슬그머니 내본다. 그래도 다행인건 싫다는 내색은 하지 않으며 줬다는 것, 이제 2시간동안 동물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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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밍(훝어보기)해야 한다. 사실 동물을 뭐 얼마나 오래 보겠냐~ 하면서 거의 뛰어다니다 시피 하려고 했다.

지도는 중간중간에 위치해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으면 되고 대충 지도에 그려진 루트대로 착실하게 따라가면 되는 단순한 코스. 거대한 카메라를 이고 지고 신나게 달리면서 동물들을 스키밍하기 시작한다.
 
음. 팬더야. 음 저건 기린. 음 저건 거대한 코끼리군. 동물원에 와서 이렇게 다니는 사람도 참 드물듯. 배가 너무 고파도 동물원에서 파는 프렛즐만 3달러나 하기 때문에 먹을것 까지 참아 가면서 신나게 다닌다. 근데 동물들이 예전보다는 좀 적은 듯, 레드팬더를 보러 멀리서 찾아왔건만 레드팬더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허공에 대고 "Where are you~?"(너 어딨니?) 를 외쳐댄다. 그렇지만 우리의 비싸진 레드팬더님은 5분간 외쳤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Wild asia에는 공작도 보이고!


 
뭘봤! 공짜로 너 구경왔다고 해서 지금 째려보는거여?


 
뉴요커 못지 않은 그네들..



하이에나가 요로코롬 귀여울 주리야


Bronx zoo 는 뉴욕시에서 제일 큰 동물원으로 코끼리 팬더부터 시작해서 쥐의 굴 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제대로 관람하려면 패스를 끊고 중간에 어트랙션도 모두 이용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PAY AS I WISH를 해도 된다. 아프리카,히말라야,아시아 등등 테마지역으로 연결 되어있고, 맨하탄에서는 4.5번라인 퀸즈에서는 플러싱에서 Q44번을 타면 화이트스톤 브릿지를 지나 브롱스 갈 수 있다.

오늘의 목표는 브롱스 주가 아니라 아예 버러를(브루클린,퀸즈,브롱스,스테이튼아일랜드,맨하탄) 다 돌아보는 것이었다. 동물을 신나게 스키밍을 하고 나니 2시를 훨씬 지나버린 3시. 고갈된 체력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잠이 미친듯이 몰려 온다. 브롱스 주에서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Q44번을 타고 이왕 퀸즈로 가는 김에 화이트 스톤 브릿지를 버스타고 건너보기로 했다(걸어서 건널 수 없다).
 


화이트 스톤 브릿지 저편이 바로 맨하탄.



꾸벅꾸벅 졸면서도 화이트스톤에 대한 로망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라서 눈을 부릅뜨다가 화이트스톤 브릿지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뉴욕시에서는 가장 긴 다리이기도 하거니와 그 경관이 정말 아름다운 건 둘째치고 야경이 빛날때는 이곳이 얼마나 멋지게 변할까 별별 생각이 다드는 브릿지였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금문교도 이런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 화이트 스톤 브릿지를 지나 신나게 졸다가 어느새 "Flushing st"라는 방송을 듣고 헐레벌떡 깨어나서 다시 7번 트레인을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R선을 환승할 수 있는74 Broadway 로 향했다.


플러싱에서 다시 브루클린으로 향한다


비몽사몽으로 아무생각없이 R라인을 잡아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지하철이 브루클린으로 들어갔을때 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며서 눈물이 날뻔했다.



난, 지금 브루클린으로 향한다


약 7개월 전 쯤. 내가 대학교 1학년을 마칠때 쯤이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뉴욕을 꼭 가야하는 이유같은 것도 없었다. 단지 세계 최고의 도시는 나중에 성공해서 가봐야지 그런 생각 뿐이었는데, 그날 꿈에서 내가 지하철을 타고 서있었는데 그래피티가 즐비한 담벼락에 감동을 먹는 아주 헤괴망측한 꿈이었다. 근데 딱 정말 꿈에서 봤던 그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벅차올랐던 거다.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느낌 장난 아니게 감격스럽다. 하기사 서양을 접해본건 처음이니까 더 크게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브롱스의 거대한 주택단지와 다르게 브루클린의 첫 인상은 뭔가 자유롭고 전원도시 같은 느낌. 건물들이 높지 않아 파아란 하늘이 보이고, 햇살이 예쁘게 비춰 건물의 색깔이 오색으로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곳이다.


꿈에서 나왔던 그대로. 정말 완벽히 아주 똑같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 브루클린에서의 종착지는 Coney Island로 대부분의 열차 종착역 이다. 대체 어떤 곳이지 검색해보다가 뉴욕시의 유일한 해변가라고 강추를 날리는 글이 많아서 들리게 된 곳, 아쿠아리움 역을 거치면 서서히 테마파크가 보이고 파아란 바다가 보인다. 경기도 금정역에서 오이도를 가는 느낌과 비슷하다. 아무튼, 역에 내리자 마자 뭔가 휑한 느낌이 아주 강했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 인지 아직은 좀 추운 날씨 탓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마치 서부 영화 같은 음식점들이 있고 어디선가 나에게 총을 겨눌것 같은 곳. 좀 더 들어가니 드디어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아란 하늘에 이제 노을을 보여줄 채비를 하고 있는 코니아일랜드. 저게 뭐야 싶을정도로 떼지어 다니는 갈매기 떼들. 정말 여기가 뉴욕시가 맞나 싶을정도로 맨하탄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해변에 나가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셀카를 찍고 있고 나도 뭉특한 DSLR을 치켜들고 신나게 셀카를 찍는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바람이라 얼마나 시원했는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쉽사리 잊기가 싫어서...

난.
핫도그를 사기에 이른다(응?), 원래 먹는게 남는거라잖아.


DSLR 타이머로 셀카찍는건 이제 고수가 된걸까 ....


사실 여기에서 제일 유명한 건 Nathan's 핫도그. 핫도그 빨리 많이 먹기 대회가 생긴 곳이기도 하고 뉴욕 명물 핫도그가 여기서 탄생했다고 한다. 전광판을 보니 다음 대회 카운트가 표시되어 있다. 3.80짜리나 하는 핫도그고 맛도 아주 평범하기에 이를데 없지만, 브루클린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소스 뿌리는 법을 알려주신 친절한 할아버지 너무 감사합니다!)


핫도그를 먹으면서 덤보로 간다.



이제 다시 이곳을 떠나 DUMBO로 가야한다.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에 위치해서 붙여진 덤보는 Coney Island에서 2번을 갈아타고 York st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사실 High st 에서도 갈 수 있지만 덤보를 느껴보고자 하는 여행객이라면 York st에서 내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일단 이곳은 사람이 별로 없다. 정말 심하게 조용한 분위기. 예전에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의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 곳. 이리저리 휘젓다 보면 이 영화 포스터에 나왔던 워싱턴 브릿지와 브루클린 브릿지가 교차하는 골목을 찾을 수 있다.

DUMBO를 사랑하는 이유? 왠지 갱의 분위기가 나는것도 좋지만 너무 조용하다는 것. 무조건 이곳을 올때는 노을이 서서히 질때가 딱 좋은 것 같다. DUMBO에도 갤러리가 많아 점심에 오게 된다면 서서히 갤러리 좀 둘러보다가 노을질때 거리구경하면 딱이다. 문이 활짝 열린 DUMBO 스타벅스에서는 노을이 지는 시각을 알리는 듯 진한 원두향이 퍼져나온다. 여기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고 7시쯤이 되면 문을 닫는 최고급 수제 초콜릿 점 자크톨레스에서 초콜렛 구경도 하고 핫초코릿도 먹어보고 잠시 시간내어 나와 그냥 노을과 함께 거리를 걸어보는 거다.




DUMBO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 서서히 덤보를 나왔다면 이제 야경을 볼 차례 여러 야경 포인트중에서도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DUMBO는 Blooklyn ICECREAM FACTORY 앞의 부두가에서 보는 야경이 최고. 3.50달러에 목장에서 직접 가져온 우유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워본다. 그리고 그냥 그대로 앉아서 몇시간이고 야경만 뚫어지게 본다.(추천 Flavor은 역시 바닐라. 나는 피치와 바닐라 두개를 함께 먹어봤는데 그래도 역시 바닐라가 맛있는 것 같다. 베이스는 콘이냐 컵이냐를 고를 수 있는데 여유롭게 먹고 싶다면 컵을 이용하자) 여기서 찍은 야경사진만 350장. 나 말고도 DSLR을 가진 불어권 커플이 있었다. 서로 신나게 묵언으로 야경사진을 찍는데 어느샌가 이들이 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바람을 품고 있다는걸 눈치 챘나? 하하 민망하지만 신경안쓰고 야경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DSLR이 있으니까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무려 야경만 3시간을 보고 있었으니..)



"저기 사진 좀 찍어주세요. 제가 프레임을 이렇게 제시해 드릴께요 저는 오른쪽에 서있을꺼에요" 미주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사진을 요청한다. 그에 난 이렇게 대답한다.
" 다 필요없구요~ 프레임은 지킬꺼니까 3번 찍을테니 한번 골라봐요~ 이.얼.싼 이렇게 세번!"
"포즈 잡고! 하나. 찰칵. 좋았!어~ 둘~! 찰칵.. 좀 웃어봐~ 셋~! 찰칵. 자 일루 와서 봐봐요 "
"아 완전 최고에요!"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고 고맙다고 연신 땡큐땡큐다.

또 야경을 보다가 일본인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폰으로 힘겹게 셀카 찍는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나서서 "제가 찍어드려도 될까요?" 하며 말도 섞어보고 내 사진도 필요해서 DSLR을 가진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찍고 시간가는 줄 모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10시쯤 되자 슬슬 돌아가려고 부두를 빠져나와 웅성웅성한 유명한 피자집을 지나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가려는데 왠 조그마한 공원이 있어서 무심코 들어갔는데 이곳도 정말 장관이다. Empire Fulton Ferry state park 인데 바로 보이는 워싱턴 브릿지 밑으로 잔디가 깔려있고 다들 덤보에서 산 조각 피자를 먹으면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웨딩사진도 찍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펜스가 없어서 야경보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곳에서 보이는 월스트리트도 일품이다.




그냥 어안이 벙벙해서 쭉 둘러보며 감탄을 했다. 30분 머물겠다는게 벌써 1시간을 머물게 되고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간다. (윽 버스 막차 1시인데..)

그제서야 가야겠다 마음먹고 붉게 빛나는 가로등을 슥 슥 지나고 야외 BAR들을 지나 다시 York st로 항상 그랬듯이 맨하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DUMBO(Down Under Manhattan Bridge Overpass)는 갱영화로 각광을 받았던 지역. 이러나 저러나 아무래도 내 취향은 브롱스보다는 브루클린이다. 아직도 이 글을 쓰면서 벅차오르는데, 정말 꼭 가지 않으면 안될 곳.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의 OST를 아이팟에 담아 한번 쯤 가보는 건 어떨까, 조금은 맨하탄에 지친 당신을 치유해 줄지도 모른다. 언제든 놀러오라고 손짓하고 있으니까.


아참, 사족인데 군에 있을때 이곳을 배경으로 무한도전이 올로케 촬영을 왔더라, 내가 있었을때는 원더걸스가 한창 미국 진출한다고 여기서 뭔가를 찍기도... 아무튼 그때 TV를 보면서 다시금 덤보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가슴에서 벅차올라 주체를 못했던 적이 있다.

아예 난 덤보에 빠져버린걸까.




나만의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무한도전의 갱스 오브 뉴욕



 


 
그리고 내 마음의 브루클린



참고지도 #

클릭하면 커집니다. 코니아일랜드와 브롱스 동물원은 지도에 따로 트랙킹 표시하지 않습니다. 버러(Boroughs)에 위치를 표시해 놓았습니다.


http://www.bronxzoo.com/ 브롱스 동물원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촬영지
주소 : 20 Washington St, New York, NY

구글맵 참고
http://maps.google.com/maps?f=q&source=s_q&hl=ko&geocode=&q=n.y+ny&sll=37.0625,-95.677068&sspn=51.708931,59.941406&ie=UTF8&hq=&hnear=%EB%89%B4%EC%9A%95+%EC%8B%9C,+%EB%A7%A8%ED%95%B4%ED%8A%BC,+%EB%89%B4%EC%9A%95+%EC%A3%BC&ll=40.703497,-73.990109&spn=0.00305,0.003659&t=h&z=18&layer=c&cbll=40.703476,-73.989571&panoid=FSiDN7cplw20dgf9UD2pqg&cbp=12,13.68,,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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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 8. 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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